영화 콘클라베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예전에 정말 재밌게 읽었던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 천사와 악마 등등 때문이었던거 같다.
가톨릭 교회의 교황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Conclave).
평생 한 번도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독특한 의식이, 이토록 긴장감 넘치고 인간적인 드라마로 변할 줄은 몰랐다.
******장르: 종교 스릴러 / 정치 / 미스터리******
영화 콘클라베는 단순히 교회 내 권력 교체를 그린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마주한 인간들이 각자의 신념과 약함, 그리고 욕망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보여주는 밀도 높은 심리극이다.
줄거리 (스포 강함)
어느 날, 교황이 선종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한다.
이에 따라 추기경단 단장 토마스 로렌스(레이프 파인스 분)는 바티칸으로 급히 복귀한다.
성 마르타의 집, 교황의 방엔 이미 수많은 수녀들과 바티칸 관계자들이 모여있고,
로렌스는 벨리니(스탠리 투치), 아데예미, 트랑블레 등 주요 추기경들과 함께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그 후 어부의 반지가 파괴되고, 공식적으로 교황직이 공석임이 선포된다.
전 세계의 추기경 107명이 바티칸으로 모여, 엄격한 격리 속에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표면적으로는 경건하고 신성한 절차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판이다.
유력 후보는 크게 네 명.
진보 성향의 벨리니, 전통주의자 테데스코, 아프리카 대륙의 지지를 받는 아데예미,
그리고 북미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트랑블레. 여기에 로렌스 역시 첫 강론 이후 의외의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처음에는 모든 후보가 각자의 신념을 피력하며 상대를 공격하거나 지지 세력을 모으는 과정이 비교적 점잖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콘클라베는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심판'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특히, 갑자기 등장한 '빈센트 베니테즈'라는 생소한 추기경의 존재는 콘클라베 안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교황이 생전에 비밀리에 임명한 ‘in pectore’ 추기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의 존재 자체가 교회의 본질적 질문들을 들춰내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단순히 누가 교황이 되는가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각 후보들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로렌스다.
로렌스는 스스로 교황이 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강한 책임감과 정의감으로 콘클라베의 중심을 차지한다. 특히 그가 아데예미의 과거 성추문, 트랑블레의 부정 행위 등을 파헤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수사극처럼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진보파와 보수파, 유럽 중심주의와 제3세계의 충돌, 다양성과 전통의 긴장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교묘히 녹아들어 있고,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선도 매우 섬세하다.
그리고 추기경들의 치부를 어렴풋이 모두 알고 있는 듯 한 아녜스 수녀님의 역할도 꽤 컸던 거 같다.
사제가 될 수 없는 여성이지만, 바티칸의 살림을 책임지고 관계를 꿰뚫고 있는 사람으로써,
표정연기와 결국 올바른 사람이 교황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일종의 길라잡이 같은 역할이랄까?
영화의 후반부, 로렌스는 선대 교황의 방에서 트랑블레의 부정을 밝힐 결정적 증거를 찾고,
이 자료를 모든 추기경들에게 배포한다.
결국 트랑블레는 몰락하고, 진보파의 중심이었던 벨리니마저 자격을 내려놓자,
교황직은 의외의 인물인 베니테즈에게 향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또 한 번 반전을 던진다.
베니테즈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고,
후에 자신이 인터섹스(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모두 가진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그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교황으로 선출되기 직전 로렌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가 최종적으로 교황직을 수락하며 스스로를 '인노첸시우스(Innocentius)'라 부르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우리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떤 의미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를 묻는다.
이 영화는 단순히 교황 선출이라는 소재를 빌려,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고,
또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믿음과 제도, 인간과 권력,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로렌스의 마지막 연설과 베니테즈의 진실 고백은, '다름'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하나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끝났지만, 관객으로서 나는 그 질문을 한동안 곱씹게 되었다.
레이프 파인스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담담하지만 흔들리는 눈빛, 신념과 의무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는
그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루시언 음사마티 등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신념을 지닌 인물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정치적 견해가 대립하는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 팽팽한 논쟁 속에서도 예의를 지키는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인상 깊었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그 어떤 스릴러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었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소재 자체가 종교적이고, 이야기 전개도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고민과 인간에 대한 통찰, 그리고 ‘변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 깊었고, 보는 내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교황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자리를 둘러싼 이야기이지만, 그 속엔 우리가 매일 겪는 ‘정치’가 있고,
그 정치 속에서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용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우리가 진정 바라는 리더의 모습이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건 그냥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묵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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